한국에는 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인프라가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자전거로 전국을 꽤 안전하고 편하게 달릴수 있는 코스를 국가적으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국토종주라는 자전거 관련 운영인프라가 바로 그것입니다. 제주환상코스까지 합친 총 길이가 약 2000km 정도되는 어마어마한 구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 구간별 코스를 다 완주하면 "그랜드슬램"이라는 인증서와 메달을 받으실수 있습니다. 참고로 메달은 유료입니다. 물론 저는 이 코스들을 다 완주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전국에 이런 자전거 인프라가 있다는 건 저같은 라이더에게 큰 축복입니다. 그랜드슬램까진 못하더라도 국토종주의 하일라이트 코스이자 가장 인기있는 구간인 "서울-부산"구간(약633km)은 수많은 사람들이 종주를 완주하고 도전하고 있으며 많은 후기와 관련된 종주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만...종주완료후의 어떤 성취감 때문인지 몰라도 대개의 후기글들은 어떤 즐거움과 낭만이 가득한 글들이 대부분인것도 사실입니다. 정말로 국토종주가 그렇게 낭만적이기만 할까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모든 국토종주 길을 달려본 제 시선에서는 마냥 '룰루랄라' 할 수 있는 곳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초보 라이더들이 흔히 놓치는, 하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국토종주 실전 주의사항을 제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 드립니다.
1. 죽음의 나무데크, 비 오는 날엔 '빙판'이 됩니다
미끄러움 주의: 비에 젖거나 이슬이 맺힌 나무데크는 상상 이상으로 미끄럽습니다. 특히 응달이 진곳은 핸들조향 잘못하면 순식간에 미끌어질수 있고 젖은상태의 데크에서 댄싱을 잘못 치면 뒷바퀴가 바로 슬립이 나게 됩니다. 낙차사고가 빈번하게 나는 구간중 하나입니다.
노면 상태: 내구성 문제로 나무가 깨지거나 튀어나온 곳이 많아 펑크가 나거나 심지어는 휠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수 있습니다. 낙차사고는 덤이구요. 국토종주중 만나는 나무데크 구간중 상당히 많은 구간이 관리 부실로인해 불안전한 상태이기 때문에 꼭 데크 진입하면 절대 속도를 내지 마시고 서행하시길 강력히 권장합니다.
2. 야간 라이딩은 '객기'일 뿐입니다
한강의 잘 닦인 자전거 도로를 생각하고 국토종주에 덤비면 큰 코 다칩니다. 국토종주를 본격적으로 하기전까진 저는 말 그대로 서울촌놈에 불과해 지방국도나 도로가 어떤지 전혀 몰랐어요. 딱 두어번 야간라이딩을 진행하고는 다시는 국토종주중 야간라이딩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요...
칠흑 같은 어둠: 국종 코스는 가로등이 없는 구간이 태반입니다. 해가 떨어지면 그냥 컴컴하다는 정도가 아닌, 말 그대로 '칠흑'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치 앞이 안보여요. 그상태에서 맞은편이든 뒤든 차량이 접근하게 되면 대개는 하이빔을 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때는 칠흑인 상태와는 정 반대의 이유로 눈이 멀게 됩니다. 큰 사고가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위험한 코스: 위와 같은 이유의 연장선인데 아무리 자전거 전조등이 성능이 좋아도 어디까지나 자전거 전조등일 뿐입니다. 오직 보이는건 앞의 전조등 불빛에 보이는 부분뿐이고 그외에는 아무것도 안보이는 상황에 가드레일 없는 낭떠러지 옆 농로나 산길을 전조등 하나에 의지해 달려 보신적 있으신가요? 라이딩 경험이 별로 없이 위와 같은 야간라이딩을 처음 하시는 분들이라면 시속 10키로 이상만 넘어가도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장애물이나 들짐승, 급격한 커브구간등 순간적인 상황에 전혀 대처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저 또한 몇번 식겁한 상황을 겪은 후로는 국토종주중 라이딩은 반드시 오후 7시 이전에 마무리하는 코스로 구성합니다. 안전보다 중요한 기록은 절대 없습니다.
3. '봉크' 방지를 위한 보급 전략
장거리 라이딩에서 에너지가 고갈되는 '봉크'는 소리 없이 찾아옵니다. 이건 뭐 원론적인 얘기이구요 이걸 알아도 못막는 경우가 국토종주구간에선 심심치 않게 찾아옵니다. 서울이나 도심지처럼 군데군데 편의점들이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국토종주 구간중에 유명한 "낙동사막" 구간이 있습니다. 꽤 긴 구간동안 보급할곳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식당은 고사하고 편의점 구멍가게조차 하나 없고 심지어 수돗물 마실 급수대는 커녕 화장실 조차 없습니다. 위에 올린 사진도 하마터면 점심도 못먹고 쓰러질 뻔 하다가 다리밑 기둥에 낙서처럼 매직팬으로 휘갈긴 중국집 배달 핸드폰번호를 보곤 반신반의 하며 걸었는데 구사일생으로 배달을 받아 살아났던, 말 그대로 기적적인 순간에 찍었던 사진입니다. 😀😋
수분 보충: 특히 여름철엔 물통 2개를 항상 꽉 채워 다니세요. 저는 항상 한통은 이온음료를 넣고 나머지 한통은 생수를 넣는데 주로 이온음료로 수시로 갈증을 채우고 그 중간중간 생수로 조금씩 입가심? 을 하는 편입니다. 국토종주 코스들은 보급소가 생각보다 멀리 있을 때가 많습니다. 편의점이 보이면 그냥 습관적으로 들어서 보급을 하고 보급식을 챙기세요
비상식량: 양갱, 사탕, 초콜릿 등 당분을 즉각 보충할 수 있는 보급식은 필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양갱을 추천드립니다. 특히나 여름철이라면 더더욱인게 사탕이나 초코바같은거는 나중가면 녹아내리기 때문에 안그래도 지친상태에 녹은 초코바 먹는건 심리적타격이 꽤 클수 있습니다. 저는 양갱 외에도 약국에서 파는 포도당사탕 같은걸 챙겨 갔었고 꽤 유용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피부 보호: "남자답게 그냥 타지 뭐" 하다가 팔과 얼굴이 익어버리는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3일이상을 내내 라이딩을 해야하는 서울부산 구간은 팔토시나 버프, 선크림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냥 맨살로 달리시는 분들은 설마 없으시겠죠? 저도 평상시 라이딩할때는 그래도 꼴에 로드차 간지낸다고 버프나 팔토시는 안하는데 국종때는 꼭 둘다 착용합니다. 몸이 힘들면 썬크림바르는것도 귀찮고 힘들거든요. 팔토시나 버프만큼 편한게 없어요😁😁
4. 짐은 덜어내고, 현금은 챙기세요
초보자분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게 '짐 무게'입니다. 간혹 짐은 신용카드 한장만 딱 챙겨가시는 용자분들도 계시긴 합니다만 사실 이부분은 저또한 지금까지도 갈때마다 고민을 합니다. 정답이 없어요😌😌 저도 줄인다고 줄여서 가긴하지만, 결국 짐중에 절반은 사용하지도 못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합니다. 그래도 꼭 챙겨야 할 품목들을 나열하자면
필수 공구: 휴대용 툴, 펑크 패치, 예비 튜브, 보조 배터리는 꼭 챙기세요. 펑크수리에 자신있다고 하신다면 튜브까진 필요없을수도 있습니다. 저는 모든 국토종주내내 튜브까지 꼭 챙겨가긴 했는데 운이 좋았던건지 실제로 사용한적은 없었습니다. 펑크난적이 단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죠 ㅎㅎ
비상 현금: 요즘 세상에 카드 안 되는 곳이 어딨냐 하시겠지만, 국종 구간 식당이나 매점 중에는 여전히 현금만 받는 곳이 꽤 있습니다. 실갱이하며 힘 빼지 말고 만원짜리 몇 장은 꼭 챙기세요.
5. 완주는 속도가 아니라 '여유'에 있습니다
물론 이얘기는 경험이 충분한 라이더분들은 해당사항이 아닙니다. 경험이 충분한 분들과 그렇지 못한 분들의 가장 큰 차이점중 하나가 바로 본인의 페이스에 대한 이해도가 있냐 없냐이기 때문이죠. 인터넷의 가벼운 후기들만 보고 덥석 도전했다가 본인 페이스 조절을 하지 못해 무릎 통증이나 부상으로 중도 포기하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하루에 100km 이상을 며칠간 연속으로 달리는 건 단순히 체력으로 밀어 붙이고, 평소 하루정도 고강도 라이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부하를 줍니다.
개인적으로 국토종주는 주변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달리는걸 권장드리는 편 입니다. 달리다보면 한국에 이렇게 아름다운길이 있었나 할정도로 놀라운 풍광을 보여주기도 하고, 단순하고 지루하게 이어진 길을 아무생각없이 달리며 그간 복잡했던 머리속을 비워내기도 하며 진득하게 오롯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도 하고 혹은 친한이들과 값진 경험을 얻을수도 있으니까요. 국토종주는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완주하느냐가 목적인 '자신과의 대화'라고 생각하는 편 입니다.
국토종주를 준비하시는 모든 라이더분이 단단히 준비하셔서 안전하고 즐거운 추억만 남기시길 바랍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오랬동안 즐겨온 라이딩 노하우를 담아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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