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5일 화요일

랜스 암스트롱, 그는 범죄자인가 혹은 침묵속의 UCI와 시대의 꼬리자르기 희생양인가

 낭만의 시대, 그 정점에 서있던 사나이 

 요즘 세대들에겐 생소한 이름일수 있겠지만, 내 나이대 라이더들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인물이 있다. 랜스 암스트롱. 한때 그는 자전거 타는 모든 이들의 우상이었다. 고환암이라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라는 기적을 썼을 때, 전 세계 라이더들은 그를 보며 불가능은 없음을 믿었다. "LIVE STRONG"이 새겨진 노란 실리콘손목밴드를 착용하고 다닌 라이더들도 많았었고 나 또한 그들중 한명이기도 했었고 오랜시간 자전거를 즐겨온 나 역시 그의 노란색 저지를 보며 설렜던 기억이 선명하다. 티비 중계로 봤던 랄프듀에즈구간에서 판타니와 벌인 세기의 경주는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만큼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떠오른다. 콜드플레이의 "Yellow" 노래를 들으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도 바로 랜스암스트롱의 이미지들이다.

침묵의 펠로톤: 모두가 도둑질을 하던 시절

 하지만 그 찬란했던 영광은 어이없게도 "도핑"이라는 허무한 이유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 버렸다. 같은팀 동료였고 랜스의 오른팔로도 불렸던 "플로이드 랜디스(Floyd Landis)"의 폭로로 시작된 이 도핑 사건은 역시 같은팀 동료였던 타일러 해밀턴에 의해 구체화 되기 시작했고 랜스측과 폭로인 측의 수많은 여론공방전이 이어졌으나 결국은 랜스암스트롱은 싸이클계에서 영구제명되기에 이른다. 여기서 우리가 냉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당시 월드투어 무대에서 도핑은 공기처럼 당연한 생존 전략이었다. 암스트롱이 우승하던 시절, 그의 뒤를 잇던 상위권 선수들 대부분이 훗날 도핑으로 적발되거나 자백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지어 랜스와 전설적인 경기를 펼쳤던 마르코판타니조차 약물중독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루머가 있을 정도였다.

 암스트롱이 단순한 약물사용을 한 범죄자 였을까? 내 생각은 매우 다른 편이다. 랜스 그는 단지 그 부패한 시스템 안에서 누구보다 철저하고 치밀하게 반칙을 설계했을 뿐이다. 물론 도핑을 한 사실 자체가 옳은 일일수는 없으나, 모두가 반칙을 하는 경기장에서 정직한 페달링만으로는 결코 옐로 저지를 입을 수 없었던, 사이클링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대속에 랜스가 선택할수 있었던 선택지가 과연 있었을까?

"암스트롱은 유죄다. 그러나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은 당시의 일그러진 시스템이었다."

방관자 혹은 공범, UCI의 위선

 국제자전거연맹(UCI)은 정말 몰랐을까? 선수들의 기록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도핑 정황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때, 그들은 흥행을 위해 침묵했다. 개인적으로 생각으로 그때당시UCI는 경기의 심판이 아닌 공범에 불과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1999년 TDF 당시 논란이 됐던 "코르티코스테로이드사건"-규정대로라면 즉시 징계대상이었으나 암스트롱측이 사후에 위조해서 제출한 "안장통증치료용 처방전"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건을 무마시킨 사건, 2001TDS "EPO검출 은폐의혹", 도핑검사관이 도착하는 시기를 미리 알려주고 있었다는 정보등. 왜 UCI는 이런 행위들을 묵인해줬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행위들을 해 왔을까.   

 암스트롱이라는 '영웅'이 만들어내는 막대한 자본과 대중의 관심 뒤에 숨어 그들도 함께 황금알을 낳는 축배를 놓치기 싫었을 것이다. 어느샌가 UCI도 "암스트롱"이라는 도핑을 끊을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게 아닐까?

꼬리 자르기: 단 한 명에게 씌워진 주홍글씨

 결국 여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되자 UCI는 칼을 빼 들었다. 그리고 가장 거물이었고 도핑폭로의 도화선이 됐던 암스트롱 한 명을 '절대악'으로 규정하며 영구 제명시켰다. 7번의 종합우승기록까지 모두 삭제하며 결국 랜스암스트롱은 암을 극복한 영웅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몰락하며 싸이클계에서 영원히 그리고 허무하게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게 최선이었을까? UCI에겐 최선이었을 것이다.

 랜스암스트롱의 당시 한해 수익이 한화로 치면 약400억원에 이르렀고 당시 현금가치기준으로 치면 어마어마한 글로벌스타였다. 심지어 암스트롱의 한해 개인수익이 당시 웬만한 프로사이클팀 1년 운영예산보다 큰 수준이었다.

 이 수익구조에는 우승상금만을 포함해 각종 스포츠브랜드들과 자전거 브랜드들이 스폰서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있었으며 UCI또한 이러한 스폰서 들과 마찬가지로 얽혀 있었기 때문에 도핑문제가 이대로 지속되게 되면 UCI뿐만이 아닌 스폰서들조차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한꺼번에 덮을수 있는 방법은 투르드프랑스에서 7번을 우승한 이 어마어마한 결과물이 랜스암스트롱의 도핑에 의한 결과물이었다는 엄청난 충격을 여론에 흘려 덮어씌운, 한마디로 랜스암스트롱이란 거물을 UCI와 여러 스폰서들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희생물로 쓸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암스트롱이라도 규칙에 위반하면 단호히 단죄할수 있다는 액션을 취하며 UCI자신들은 '클린 사이클'을 수호하는 정의로운 집단인것처럼 행동했다.

 "이것은 명백한 꼬리 자르기였다. 조직의 부패를 덮기 위해 시대의 상징을 제물로 바친 셈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진실 혹은 의문

 암스트롱은 비참하게 몰락했다. 그는 분명 범죄자였지만, 동시에 썩은 시스템이 만들어낸 가장 거대한 희생양이기도 했다. 오랜시간 자전거를 즐겨온 나로서 가끔 가지는 의문은. 과연 그 한 명을 단죄한다고 해서 그 시대의 위선까지 모두 씻겨 나갔을까?

 그리고 도핑의 괴물들 틈에서 7번이나 종합우승을 한게 단순히 도핑에 의해서만 이뤄진 일이었을까? 도핑을 정당화 하는건 아니다. 분명히..그러나 랜스암스트롱을 단순히 도핑러로만 평가하기엔 안타까운 부분들도 많은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오늘도 정직하게 페달을 밟으며 땀 흘리는 라이더들 혹은 선수들이 대우받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그의 몰락이 주는 씁쓸한 교훈을 잊지 않으려 한다.

랜스암스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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