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거 진짜 물건입니다. 하차감만 신경 안 쓰면 무조건 탈만합니다."
나름 자전거 구력이 거의 20년 다 되어 갑니다. 신문 구독 사은품으로 받던 정체불명의 철티비로 시작해, 단체 라이딩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미니벨로, 그리고 오롯이 달리는 순수한 재미를 깨닫게 해준 로드 바이크까지 참 많은 기체를 거쳐왔습니다.
그동안 크로몰리 지오스 베치오, 알루 프레임의 리들리 피닉스 7005를 거쳐 본격적으로 정착했던 녀석은 자이언트 TCR 컴포짓(엔듀런스)과 메리다 스컬트라 팀 바레인(16년식 림브레이크) 모델이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드디어 제 인생의 새로운 기함으로 첼로 엘리엇 E8 오팔 컬러를 인도받았습니다.
몇 주간 주말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손가락만 빨다가, 드뎌 태양이 쨍쨍한 한낮에 제대로 된 필드 테스트를 마치고 느낀 솔직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1. 20년 만에 깨달은 로드 자전거 사이즈의 진실 (178cm/83cm)
사실 이번 기변 과정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프레임 사이즈'였습니다. 제 키는 178cm, 인심(Inseam)은 83cm입니다.
과거 처음 로드에 입문할 때 샵 사장님이 "S 사이즈를 타야 한다"고 했고, 그 뒤로 바꾼 메리다 스컬트라도 쭉 S 사이즈를 타왔습니다. 당연히 그게 내 몸에 맞는 줄 알고 평소 뭔가 익숙해지면 잘 바꾸지 않는 성격 탓에 아무 의문 없이 수년을 탔었죠.
그런데 이번에 엘리엇 E8을 구매하러 간 샵 사장님은 제 스펙을 듣더니 느닷없이 "L 사이즈를 타야 한다"는 겁니다.
"그동안 사장님이 타셨던 로드차들이 불편하지 않으셨어요?"
솔직히 처음엔 '이 사장님이 재고 떨이하려고 입 터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컴팩트 크랭크만 타던 제게 미드 컴팩을 추천한 것도 부담스러웠고요. 하지만 결국 사장님의 안목을 믿고 L 사이즈로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 사이즈 변경 후 체감 효과
결과는 대반전이었습니다. 에어로 모델이라 확실히 이전 엔듀런스를 탈 때보다 상체가 상당히 많이 숙여지는데, 이게 전혀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고 되려 편안합니다. 그동안 제 몸에 맞지 않는 작은 옷(S 사이즈)을 입고 억지로 페달링을 해왔던 거였습니다. (과거 자이언트를 팔았던 그 사장이 진짜 재고 떨이를 했던 거였네요.) 걱정했던 미드 컴팩 크랭크도 조금 익숙해지니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2. 엘리엇 E8 댄싱의 신세계: 무게 중심이 살아있다
이번 라이딩에서 가장 경이로웠던 부분은 바로 '댄싱(Dancing)'이었습니다.
"댄싱이 정말 너~무 편하게 됩니다."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데, 자전거를 흔들 때 좌우로 털리는 느낌이 아니라 무게 중심이 딱 잡힌 상태에서 물 흐르듯 스물스물 나아가는 느낌입니다. 경사도 2~3% 정도 되는 은근히 긴 낙타등 업힐을 풀 댄싱으로 치고 올라가는데, 무아지경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단순히 새 차를 사서 느끼는 플라시보 효과라고 하기엔, 프레임이 힘을 받아주는 강성 자체가 이전에 타던 엔듀런스 모델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첼로의 설명에 따르면 도레이 상급 카본 원사를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요즘 시대에 T600을 상급이라 부르진 않았을 테니, 최소 T700에서 T800급 고탄성 카본을 썼을 텐데, 페달을 밟는 족족 비틀림 없이 추진력으로 꽂아주는 반응성이 예술입니다. 여기에 세라믹 베어링이 들어간 부엘타 카본 하이림의 구름성까지 더해지니 평지와 낙타등에서 완벽한 시너지를 냅니다.
3. 전동 구동계(울테그라 Di2)의 아쉬운 손맛과 안장 교체
물론 완벽하기만 한 자전거는 없습니다. 짜잘한 아쉬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 전동식 구동계의 이질감: 이번에 처음 경험해 본 전동 울테그라의 느낌은 솔직히 묘합니다. 칼세팅된 기계식 구동계 특유의 "철컹! 철컹! 착착!" 하는 절도 있고 명료한 타격감이 없습니다. 손맛이 영 허전하고 심심하달까요? 간사한 게 사람이라 익숙해지면 또 전동이 최고라고 찬양하겠지만, 아직은 그 아날로그의 손맛이 그립습니다.
- 아쉬운 순정 안장: 순정 안장은 제 엉덩이와 영 맞지 않는 에러였습니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스페셜라이즈드 매장에 들러 좌골 치수를 측정하고 바로 안장을 교체했습니다. 역시 안장은 '습샬'만 한 게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합니다.
4. 디자인과 색감: 한낮의 태양 아래서 폭발하는 오팔 컬러
처음 매장에서 실물을 봤을 때는 색상이 살짝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진정한 라이딩 타임인 태양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한낮에 밖으로 끌고 나가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거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개간지'입니다. 그냥 평범한 화이트나 실버가 아니라, 강렬한 햇빛을 받으면 프레임 곡선을 따라 오로라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진주빛 오팔 컬러의 존재감이 도로 위에서 장난이 아닙니다. 디자인이나 색상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꼭 대낮에 야외에서 실물을 보시길 권합니다.
✍️ 총평: 하차감을 버리면 '최고의 주행감'이 보인다
사실 '삼천리'라는 브랜드는 예전 제가 미니벨로 동호회에서 왕성히 활동하던 시절, 동호인들 사이에서 카피캣 느낌의 모델들을 쏟아내며 그리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참....세상일은 알 수 없네요. 그 삼천리가 이제는 첼로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해외 유명 브랜드의 프레임과 비교해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주행감으로 승부를 거는 기함을 만들다니 말입니다.
원래 이번 겨울 내내 고민하며 지르려 했던 모델은 '비앙키 올트레'였습니다. 감성과 하차감의 끝판왕인 녀석이죠. 그에 비하면 첼로 엘리엇 E8은 참 뚱딴지같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물론 가격대의 압박을 끝내 무시할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요.
하지만 이탈리아 감성의 하차감을 과감히 포기하고 나니, 구성 대비 이만한 가격을 가진 역대급 물건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 손을 거쳐 간 모든 자전거 통틀어 주행감과 편안함은 단연 최고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함께 달리며 이제는 전우 같은 존재가 된 메리다 스컬트라에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엘리엇이 훨씬 편하고 좋습니다. (물론 제 국토종주의 마지막 퍼즐인 제주도 라이딩은 의리 지키러 메리다를 타고 갈 생각입니다만.)
가성비와 퍼포먼스, 그리고 한낮의 독보적인 독창성을 모두 챙기고 싶은 라이더에게 첼로 엘리엇 E8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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